우리는 지금, 말 그대로 ‘기술이 세계를 구성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손 안의 우주가 되고, 인공지능이 생각과 선택을 대신하는 지금, 우리는 과연 ‘인간다움’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하이데거는 이미 20세기 중반에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통찰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점점 인간의 사고와 삶을 대체할 때, 인간은 더 깊은 존재로 향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자기 자신을 망각한 채 존재를 잃어갈까요?
기술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 하이데거 철학으로 본 AI 시대의 존재
아래 순서로 글을 정리합니다.
1.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 – ‘게슈텔’의 의미
2. 기술은 도구인가,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인가?
3.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존재하는가
4. 존재 망각의 위험 – 기술이 인간을 사라지게 한다
5. 기술 너머의 사유 –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하여
6. 맺음말 – 기술의 시대, 철학이 필요한 이유
1. 하이데거의 기술 철학 – ‘게슈텔’의 의미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기술은 인간의 존재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무엇”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54년 발표한 에세이 「기술에 대한 물음」(Die Frage nach der Technik)에서 기술을 단순한 도구적 수단으로 보는 전통적 시각을 넘어서, 기술은 세계를 드러내는 하나의 ‘형태(게슈텔, Gestell)’라고 말합니다.
‘게슈텔’은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라, 세계가 인간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즉, 기술은 존재를 ‘드러내는 틀’이자 동시에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는 프레임인 셈입니다. 하이데거는 기술이 모든 것을 자원(resource)으로 보게 만드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강은 수력발전소의 도구로, 인간은 노동력이나 데이터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죠.
2. 기술은 도구인가,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인가?
많은 사람들은 기술을 단순히 편리한 도구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기술이 인간의 인식방식 자체를 바꾸는 메타도구라고 보았습니다. 예컨대, 드론은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능하게 하고, AI는 문제 해결 방식 그 자체를 대체합니다.
하이데거의 핵심 주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존재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기술을 통해 세계를 ‘계산 가능하고 효율적인 것’으로만 인식하게 되면, 세계와 인간은 존재로서가 아니라 자원으로만 인식되는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3.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존재하는가
오늘날의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의사결정, 감정, 창조성마저 흉내 내고 대체하려고 합니다. AI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AI 시인은 시를 씁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AI가 할 수 있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이데거는 인간을 ‘존재를 사유하는 유일한 존재’로 보았습니다. 인간은 단지 기능하거나 살아가는 생물체가 아니라, ‘존재를 물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인공지능은 아무리 뛰어나도 ‘존재를 사유’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시 규정해야 하는 문턱에 서 있습니다.
4. 존재 망각의 위험 – 기술이 인간을 사라지게 한다
하이데거가 경고한 가장 큰 위협은 ‘존재의 망각’입니다. 기술에 의해 인간은 자신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묻지 않게 되고,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잃게 됩니다.
AI는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글을 쓸지를 예측하고 추천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선택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사유의 주체에서 물러납니다. 하이데거는 이를 “존재의 은폐”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잊고, 세상도 잊고, 존재 전체가 사라지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5. 기술 너머의 사유 –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하여
하이데거는 기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는 “기술의 본질을 사유하라”고 요구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것은 우리 존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본질을 인식하고,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면 새로운 자유와 존재의 방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단순히 감정을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인간은 질문하는 존재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오직 인간만이 던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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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맺음말 – 기술의 시대, 철학이 필요한 이유
오늘날의 기술사회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까지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철학은 다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하이데거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되, 그 본질을 사유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인간성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질 수 있습니다.
결국 기술은 인간의 도구이기 이전에,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이 질문하고 더 깊이 사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언제나 ‘나는 누구인가’로 돌아갑니다.
다음 편 예고
[삶을 깊게 하는 인문학, 철학 제21편]
“예술과 진리 – 하이데거와 예술의 존재론”
→ 다음 편에서는 하이데거의 예술론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방식임을 살펴봅니다. 예술의 본질과 현대 문화 속에서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출처
하이데거, 「기술에 대한 물음」, 1954
Martin Heidegger,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강영안, 『하이데거와 현대 철학』, 책세상
전병석, 「기술, 존재, 그리고 인간」, 인문학연구 제47호
MIT Technology Review, 2024년 기사
◆ View the English translation. Click below.
Technology and Being – Heidegger and Humanity in the Age of AI
We live in a time when technology no longer merely assists life—it defines it. In an era where artificial intelligence can write poems, make decisions, and even emulate empathy, one fundamental question arises: What does it mean to be human?
Martin Heidegger argued that technology is not just a tool but a way in which the world reveals itself to us. In his essay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 Heidegger introduced the term Gestell, a framework through which reality is disclosed. This framework shapes how we perceive and relate to the world—and even to ourselves.
In today's AI-driven society, human decisions are often delegated to machines. Algorithms recommend what we watch, read, or even whom we date. This passive mode of existence distances us from what Heidegger called the authentic questioning of being. AI may simulate thinking, but it cannot wonder, reflect, or question the essence of existence.
Heidegger warned of a danger: the forgetting of Being. When technology renders everything into data and resource, humans risk losing sight of their true nature—not as users or consumers, but as beings capable of asking, “Why is there something rather than nothing?”
To preserve humanity in the age of AI, we must engage in deep philosophical reflection. We must not fear technology, but rather understand it—recognizing its power to conceal as well as reveal. Only then can we reclaim our agency, not through control, but through awareness.
As we move forward, the task is not to reject technology, but to reconnect with the essence of being. In this endeavor, philosophy is not an abstraction, but a lifeline.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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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제작자의 경험과 참고자료 발췌 편집, 이미지 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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